보리 출판사 블로그

많은 이들이 변산공동체가 꿈꾸는 세상을 묻는다. 글쎄, 우리는 무슨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 지난 15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몸은 힘들고, 소득은 적지만 유기농법을, 기계보다는 몸을 써서 농사를 지으려고 애썼다. 집, 기숙사, 목공실, 강당, 창고 등 필요한 건물도 식구들이 지었다. 이웃집 할머니는 꿀벌처럼 허구한날 집만 짓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 공동체와 학교를 찾는 어른과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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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 목공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행복한지 묻고 싶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투성이 몸과 마음을 안고 공동체를 찾아온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화가 난다. 아이들을 병들게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건강하고 밝은 웃음을 짓고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그늘진 삶을 안겨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렇지만 공동체 생활이 몸에 배면 아이들은 놀랍게 변한다. 몸이 다부져지고, 잃어버렸던 웃음이 되살아난다. 편식 습관이 사라지고 무슨 음식이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농사일을 하면서 밥 한 끼 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일까? 공동체 밥상에서 더 이상 화려한 음식을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달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른들도 공동체 생활에 적응이 될 때까지는 많이 힘들어 한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힘들고, 씻고 자는 것 어느 하나 편리한 게 없다. 먹는 음식도 소박하다. 결국은 공동체 생활을 못 버티고 나가는 이들도 꽤 있다.

농촌에는 사람이 없다. 우리 마을도 마찬가지다. 평균연령이 65살 이상이다. 15년 전에 처음 만났던 마을 어른들은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살아계신다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다.

지금 이대로 가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머지않아 도시인들은 수입농산물만 먹고 살지도 모른다. 사회가 건강해지고, 사람이 건강해지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은 깨져야 한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내려와 우리처럼 자그마한 공동체를 만들어 의식주는 물론 교육, 문화, 에너지 등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내 삶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일도 열심히 잘하지만 노는 것도 잘 논다. 컴퓨터게임이 아니라 기타 치고, 풍물 하고, 몸을 놀리며 논다. 많은 아이들이 머리로 외우는 공부는 잘하지만 몸을 제대로 놀릴 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나약하고, 삶에 대한 희망이 없고 에너지가 넘쳐나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은 깨져야 한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공동체학교 삼년만 다니면 세상 어디에 내던져놔도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동안 몸으로 배우고 익히면서 생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변산공동체가 꿈꾸는 세상은 보통 사람들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먹고 살기 위해 남과 경쟁하느라 하루하루가 지치고 고달픈 게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삶,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과 마음을 나누고, 어렵고 힘들 때 함께 도와가면서 사는 삶.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게 뛰어놀면서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의 삶을 이어가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누리는 편안함을 버리고 농촌으로 내려와 땀 흘려 일하면서 서로 힘을 모은다면 누구든지 건강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 이대로 무너지기엔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김희정 변산공동체 대표

한겨레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변산공동체 이야기입니다.






보리

보리 2010-07-29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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