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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네 놀이터>에 호랑지빠귀 사진 동화를 연재하고 계시는 권오준 선생님을 고양시 백로 참사 현장에서 만났어요.
지난 7월 13일 백로 참사가 일어난 뒤 권오준 선생님은 이 곳에서 백로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일을 하고 계세요.

고양시 백로 참사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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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환경연합

700여 마리 백로가 살고 있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버리는 바람에
알을 낳고 새끼를 품고 있던 백로들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고 나무에 깔려 150여 마리는 이미 죽었고,
살아남은 백로들도 위태로운 상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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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환경연합

알은 무참히 깨져 있고, 알을 갓 깨고 나온 아기새들은 어미새를 잃고 죽어버렸고,
살아남은 아기새와 어미새들은 서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백로는 9월이면 이동을 한대요. 조금만 기다렸다가 나무를 베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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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둥지를 잃은 백로들이 떠나지도 못하고 베어진 나무 더미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용산참사가 떠오릅니다. 개발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생명들. 백로들이 앉아있는 모습은 살던 집이 부숴진 뒤에도 떠나지 못하고 지붕도 없는 천막에서 잠을 자야만 하는 철거민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그 뒤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기록해야 한다고 권오준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단지 마음 아픈 '사건'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어버리는 그 순간에도 백로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 놓여져 있는지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요.

권오준 선생님은 그런 분입니다. 그림처럼 앉아 있는 새 작품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새가 살고 있는 모습과 삶을 사진에 담아내는 일을 하고 계세요. 그림같은 사진을 찍는 데 방해가 되는 새 둥지 둘레 가지들을 모두 잘라내서 새가 천적에 들키던지 말던지 신경쓰지 않는 사진 작가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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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아기 백로에게 우리 인간이 어떻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요?

권정생 선생님 시가 떠오릅니다.
온 세상 모든 것은 아기 백로의 것도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왜 모를까요?


밭 한 뙈기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 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보리

보리 2010-07-27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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