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보리" 살림꾼의 다른 글 430 건

닫기/열기

 
1.jpg

二十樹下 三十客 四十里中 五十食
이십수하 삼십객 사립리중 오십식

“열 단위 숫자를 늘어놓는 게 무슨 시야?”

此竹彼竹化去竹 風吹之竹浪打竹
차죽피죽 화거죽 풍취죽 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 생차죽 시시비비 부피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 오심죽, 연연연세 과연죽

“이 세상에 웬 대나무 종류가 이렇게 많아?”


김삿갓 이름을 처음 들은 해가 ‘쌍팔년’(단기 4288년, 서기 1955년) 즈음이니 55년 전쯤이다.
시골에 살 때였는데 문화혜택이 전무한 벽촌인데도 마을 사람 가운데 김삿갓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김삿갓 시라고 주장하면서 한두 줄을 다 꿰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십수하 삼십객 사립리중 오십식> 같은 시였는데,
그 뜻을 물으면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망할 놈의 마을에서 쉰밥을 얻어먹었다는 뜻이여.”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시의 첫 부분에 대해서 해석을 달리하지만 여기서는 안 밝히겠다. 강연장에서 밝히지, 뭐.)

대나무 종류를 읊은 시를 풀이하는 어른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또 그렇게 재미있고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뒤에 나오는 시를 우리말로 옮기면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생기는 이대로.
 옳으면 옳다, 그르면 그르다 부치는 저대로.
 세상일 내 마음 같지 않은 대로.
 그렇고,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가 보다 지내는 대로.>

가 된다하지 않는가.

또 김삿갓이 어느 절에 들려 밥 한술 얻어먹고 하룻밤 자고 갈 수 있을까 했더니, 바짝 깎은 머리 통이 말 불알 같이 생긴 중놈이 꾀죄죄한 김삿갓의 옷차림을 보고 선비 흉내를 내서 말을 제법 점잖게 하는데, 진짜 선비인지 보자고 해서 운을 부르라고 했더니, ‘타’자 운을 부르더라는 것이었다. 괜히 문전축객하려고 찍자 붙는구나 싶어 대뜸 <사면기둥 붉었타!> 했더니, 또 ‘타’ 하길래 <석양행객 시장타!> 하니 다시 ‘타’해서 <네 절 인심 고약타!>로 대거리하다가 쫓겨났다나 어쨌다나...

이런 것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들은 ‘시’였고, 그런 시를 지은 시인 이름이 ‘김삿갓’이었다. “와, 굉장하구나. 시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거 무척 재미있구나.” ‘시’에 대한 내 첫 느낌은 그랬다. (나머지 이야기, 김삿갓의 <시와 진실>에 대해서는 강연장에서나 하지, 뭐.)

윤구병 선생님은
1943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위로 형이 여덟 명 있었는데 가장 큰 형의 이름은 일병이고, 아홉 번째로 태어나 ‘구병’이 되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 《뿌리 깊은 나무》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어린이 책 《어린이 마을》 《달팽이 과학 동화》《개똥이 그림책》을 기획하고 펴냈습니다.
1995년 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라북도 부안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면서 대안 교육을 하는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20여 가구 50여 명이 모여 살며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젓갈 효소 술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면서 자녀들과 함께 공동체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르쳐오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 《심심해서 그랬어》《당산 할매와 나》가 있고, 《잡초는 없다》《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가난하지만 행복하게》《흙을 밟으며 살다》 들이 있습니다.


2.jpg


강연장 오시는 길



크게 보기

2호선 첫 번째 방법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왼쪽으로 도세요. 빵가게와 정비공장 사이 마포만두 골목으로 10분만 쭉 가시면 버스 다니는 큰길이 나옵니다. 큰길에서 오른쪽으로(HP컴퓨터 가게를 끼고) 3분 가다 보면 '문턱없는 밥집'이 보여요. 그 건물 2층에 강의실이 있어요.

2호선 두 번째 방법(길을 잘 못 찾으시는 분)
합정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곧바로 5분 가시면 우리은행 사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7분 가다가 큰사거리 서교가든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서교교회가 나오고 교회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태복 빌딩이에요. 1층에 '문턱없는 밥집'이, 2층에 강의실이 있어요.

6호선 망원역에서 오는 방법
망원역 1번 출구로 나오세요. 왼쪽으로 4분 가시다 보면 성산초교 사거리가 나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5분 가세요. HP컴퓨터 가게 지나 ‘문턱없는 밥집’이 나오는데, 그 건물 2층입니다.

보리

보리 2010-07-02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 로그인 후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