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올해 나이 아흔 살입니다.


'소학교'(초등학교)를 다니다 말았으니 '학력 별무'입니다.
감옥 안에서 36년을 썩었습니다. 이 세월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햇수와 맞먹습니다.

이분 나름으로는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싸웠습니다. 평화와 통일운동에 몸 바쳤습니다.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은 서른여섯 해나 감방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왜냐고요?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스스로 '공산주의자'임을 내세우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빨갱이'라고 낙인찍히면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입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적혀 있지 않느냐고요?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 보안법' 아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은 민주화된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악법입니다. 그런데도 이 법 아닌 법 앞에서는 '대한민국' 헌법도 맥을 못 춥니다.

이 사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고, 그것을 어기는 사람과 제도에 맞서 싸웠습니다. 헌법을 어기는 댓가로 자유롭게 바깥 공기를 마시고 살아온 우리들과 달리, 이분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킨 죄로 나이 일흔 살이 넘게 옥살이를 한 것입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분의 삶을 되살펴보고 이분에게 돌을 던지든 말든 하십시오.
어차피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은 분입니다.

이 책이 이런 모습으로 나온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