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세밀화로 많이 알려진 출판사입니다.
보리가 세밀화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생명체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에요. 사진기 렌즈와 달리 사람의 눈은 한 순간 초점을 바꿔가면서 대상을 바라보고 관찰하기 때문에 눈으로 세밀하게 관찰해서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죠. 그리고 생명체를 바라보는 마음도 담아냅니다. 모든 생명체를 귀하게 바라보는 마음을요.
보리에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펴내는 또다른 책이 있습니다. <평화발자국>이에요.
모든 생명들이 차별 없이 억눌리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펴내는 책들입니다.
평화발자국엔 도룡뇽이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도룡뇽은 발에서 피가 나고 있어요. 우리가 걸어가는 평화의 길이 가시밭길이기 때문입니다. 피로 남긴 발자국, 평화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는 도룡뇽을 보면 책을 열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평화발자국 첫번째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에요.
1951년 1월 강원도에 있는 치악산에서 많은 인민군과 국군이 죽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전우들의 시체를 어떻게 할지
당황하고 있는데 다행히 펑펑 쏟아진 눈이 죽은 전사자들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 때 죽은 인민군과 국군들, 지금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푼돌이 아저씨와 곰이 지금도 달밤이면 서로 얘기를 주고받을까요? (2007년 5월 권정생)
<
내가 살던 용산> <
파란집>은 용산참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도시 개발때문에 살고 있던 마을과 집과 가족을 잃은 우리 이웃, 지금도 우리의 무관심 속에 처절하게 살고자 버티고 있는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공산주의자다>가 나왔어요.
힘 없는 자도 가난한 자도 행복하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까닭으로, 아니 그 아픈 시대를 오롯이 살아냈다는 까닭으로 36년간 수감되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고 삶을 송두리째 뺏긴 허영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박건웅 작가님의 만화에요.
가시밭길을 걸어 나가는 피흘리는 도룡뇽이 그려진 <평화발자국> 책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기다리며,
그런 세상이 오기까지 피흘리는 발자국을 계속 새겨 나갈 것입니다.
이 아픈 이야기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보리 2010-04-30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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