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가 전하는 따뜻한 사람살이 이야기
조월례(어린이 도서 평론가)
이 책을 펼치면 돌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돼요. 어디선가 본 듯하고,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아이지요. 돌이는 지금보다는 좀 더 오래전, 우리 농촌에 살았던 어떤 아이예요.
돌이가 살던 농촌에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이 없어요.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도 하지 않고요.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이면 다 아는 것, 즉 어른이 되면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고 아기도 낳는다는 사실을 잘 모르지요. 그렇지만 돌이는 요즘 어린이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그건 돌이가 ‘내 색시는 누구일까’라는 몹시도 궁금한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 알 수 있지요.
이 책은 사람들이 아직 기계 문명에 길들여지기 전, 마을이 사람 사는 공간으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던 때,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던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가 한집에서 살아가던 때 이야기예요. 세상 이치를 다 알기에는 이른 예닐곱 살 돌이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에 이런 마을 풍경, 사람살이 풍경과 만나게 되지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과 한 해 농사를 위해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일에 마을 어른들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삶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알 수 있게 해요.
애써 지은 농작물을 쪼아 먹는 참새들을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새를 걱정하는 할아버지 모습에서 목숨 가진 모든 것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따뜻한 마음씨도 엿볼 수 있지요.
돌이는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자신이 몸으로 경험하면서 삶을 배워 가요. 그만큼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요.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금줄은 왜 치는지, 더더구나 내 색시는 누구인지 못 견디게 궁금해하지요. 돌이는 이런 궁금증을 특유의 천진함으로 풀어 나가요. 그 과정에 어른들의 지혜까지 보태지지요.
《내 색시는 누구일까》는 온전히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지혜로 살아가는 사람들, 인정스러움이 오롯이 살아 있는 농촌의 삶과 풍경을 따뜻하게 풀어 낸 이야기입니다.
돌이는 머리로 아는 지식이 풍부한 아이는 아니에요. 하지만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세상에 대한 작은 궁금증을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알아 가는 아이다운 아이지요.
많은 어린이들 돌이를 만나고, 동무가 되어, 돌이처럼 지혜롭고 착한 마음을 키워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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