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변산공동체학교

 

변산공동체학교 고등부는 올해부터 수업반과 독립반으로 나뉘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데 따라 반이 갈리는 것이지요. 교장 선생도 저도 독립반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지 않으리라고 보았습니다. 독립반은 의식주 문제에서부터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뜻밖에도 독립반을 선택하겠다고 손든 학생이 절반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2월부터 냉이를 캐서 문턱없는밥집에 팔아 돈을 모았습니다. 밭농사, 논농사, 살림집 짓는 일, 그릇 빚고 목공예품 만드는 일, 천연염색을 한 옷감으로 옷 짓는 일, 효소 담을 약초들을 채집하는 일도 '독립적'으로 할 겁니다. 이 아이들은 교육의 궁극 목표인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여럿이 함께 도와 사는' 힘을 기르는 데 '자발적'으로 나선 거지요. 따지고 보면, 나라 단위에서도 식량 자급이 안 되면 독립국 행세를 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나라가 식량을 무기 삼아 '우리 말 들을래, 아니면 굶어 죽을래?' 하고 으를 때, 그 무기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량 자급 운동은 으뜸가는 독립운동이요, 외세의 간섭을 막아내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나라 농어민은 수천 년 동안 전통을 이어 온 숨은 독립운동가들인 셈이지요. (농민들이 앞장서지 않은 변혁 운동이 인류 역사에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는 것을 눈여겨봄직 합니다.)

 

독립반 학생들은 '나도 내 살림, 공동 살림을 할 수 있는 살림꾼이다. 살림의 주체다' 하고 나섰는데, 이 '독립 선언'은 아주 큰 뜻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살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끼리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요.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살 길을 찾을 때만 살림을 제대로 꾸릴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곡식이나 채소는 해마다 씨를 뿌려 거두어야만 이듬해 싹 트고 열매 맺습니다. (벼, 보리, 콩, 무, 배추, 고추, 마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곡이 되는 씨앗을 살리고, 채소 종자를 살게 해야만 이듬해 사람도 살아남습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남을 '상생'의 길을 찾을 때만 인류에게도 살길이 열립니다.

 

독립운동은 손에 총칼 드는 사람들 독점물이 아닙니다. 저도 살고 이웃도 살리는 살림꾼이 참된 독립운동가입니다. 그리고 우리 이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사대강에 사는 그 많은 생명체들도, 갯벌에 모야 사는 어패류들도, 농작물들도, 구제역에 걸린 소, 돼지도 다 우리 이웃입니다.

 

저는 공동체의 이 어린 '독립꾼'들에게 '살림꾼'들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큽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1년 5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1-06-15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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