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본 전자기기 회사 소니에서 대형 옥외 광고물을 재활용하여 청바지를 만들었다는 까만눈썹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광고막으로 어떻게 청바지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청바지가 원래 미국 서부 지역 광부들이 닳지 않는 바지를 만들기 위해 마차의 덮개천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광고막으로 청바지를 만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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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원료를 캐내는 과정에서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특히 고릴라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 슬픈 일이지만, 한번 쓰이고 나면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광고물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 주위엔 광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버려지는 물건들이 참 많으니까요.
지난 주 서울 은평지역 벼룩시장에 갔다가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만든 장바구니를 하나 샀습니다. 단돈 500원이더라고요. 우리는 하루에도 무척이나 많은 현수막을 보고 지내니, 그 현수막의 수가 엄청날텐데 버리지 않고 이렇게 재활용해서 쓸 수 있다니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광고물, 현수막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참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좀 더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더 예쁘게 더 좋은 종이로 만들어진 책들은 저마다 책광고물인 띠지도 두르고 있으니까요. 숲을 살리는 녹색 출판 운동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책들은 눈에 잘 띄는 띠지를 두르고 누군가의 손에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띠지도 없고 재생지로 만들어서 가벼운 책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상 팔리는 책들을 보면 화려한 책들이 팔려 나가니 그렇지 않아도 늘 불황이라고 하는 출판사들이 띠지 없이 단정한 책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저희 보리는 어린이책은 아이들의 눈을 생각해서 재생 종이를 많이 쓰고 있지 못하지만 어른책은 재생 종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띠지를 쓴 책이 몇 권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일은 원하지 않는 손전화 문자와 전자우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해 가면서 생태를 파괴하면서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걸까요?
얼마 전에 생태 광고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친환경 광고 회사,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광고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회사 이야기였습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광고가 과연 가능할까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광고 방법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자연 그 자체를 그 재료로 하고 있었으니까요. 모래와 풀, 먼지, 도심을 뒤덮은 폭설, 공원의 잔디밭 이 모든 것들이 광고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자연 그 자체로 돌아갑니다.
▶ 영국 친환경 광고 회사 '커브' 누리집 바로가기
이런 광고는 아무리 보아도 귀찮거나 짜증나지 않을 것 같지 않나요?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고민하면 지금보다 더 쾌적한 세상, 파괴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텐데 우린 너무 게으르게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저희 보리 소개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잖아요.
자연과 생명을 가르치겠다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만든 책 한 권이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내는 것보다 더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를 늘 반성합니다.
그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만을 만들어 내려 합니다.
보리는 충분히 반성하면서 책을 만들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반성합니다.
보리 2009-11-25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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