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던 지난 금요일,
보리 식구들과 파주출판단지 출판 식구들이 모여 파두 둘레를 관찰하는 두번째 모임을 가졌어요.
파주 둘레 생태 관찰을 위해 모인 길벗어린이, 들녘출판사, 보리출판사 식구들
저희들에게 생태 설명을 해주시는 조영권 선생님이 도착하시자마자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저어새가 와있다며 어서 보러 가자고 빠른 걸음으로 앞장 서셨어요.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게 망원경을 조절해 주시는 조영권 선생님
저어새는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아니에요. 전 세계에 1,200여 마리밖에 없거든요. 우리나라에만 1,200여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요.. 멸종위기종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천연기념물 205-1호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출판단지에 그것도 날마다 저희들이 오가는 일터 앞에 와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이에요!
2010.5.13 파주 공릉천변 농경지 | 촬영 조영권
저어새에요. 부리가 길고 납작하죠.
물 고인 갯벌, 하구, 논 등에서 이 길고 납작한 부리로 휘휘 저어가며 먹이를 찾기 때문에 저어새란 이름이 지어졌대요.
2010.5.13 파주 공릉천변 농경지 | 촬영 조영권
여름 철새이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일부가 월동하기도 하고 서해안 무인도나 강화 북단 비무장지대 유도에서도 번식을 한다고 해요. 해마다 이맘때 한강 갯벌과 공릉천 그리고 주변 농경지에 여러마리가 찾아온대요.
2010.5.13 파주 공릉천변 농경지 | 촬영 조영권
그런데 이렇게 귀한 저어새가 찾아오는 파주가 마구 개발되고 있어서 저어새들이 찾아올 곳이 사라지고 있어요.
2010.06.25 저어새가 관찰된 파주출판단지 습지
저어새가 관찰된 습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메워졌고, 지금도 바로 옆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요.
저어새를 관찰하는 것은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옆에 있는 포크레인을 보는 것은 참 답답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저어새를 만난 후엔 출판단지 둘레 샛강을 따라 걸으면서 관찰하기로 했어요.
여러 종의 수생식물이 물을 맑게 해주는 파주출판단지 샛강
파주출판단지 샛강에는 저어새, 물총새, 백로, 개개비등 다양한 새들이 살고, 또 여러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요. 물 속에 물고기도 살고요. 파주출판단지에 흐르는 물이 그렇게 좋은 물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수생식물들이 물을 맑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갈대, 부들, 줄, 물억새들이 모두 물을 맑게 해주는 식물이에요.
갈대는 줄기가 단단하고 속이 비었어요. 대나무처럼 잎이 어긋나게 붙고 털이 없는데도 만지면 까칠까칠해요.
부들은 이름이 참 재미나죠? 갈대잎은 까칠까칠한데 부들잎은 너무 부드러워서 부들인 줄 알았는데 가루받이를 할 때 부들부들 떠는 성질이 있어서 부들이래요.
늘 다니던 길인데도 관심 없이 다닐때는 그냥 다 '풀'이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개성 넘치는 다양한 생명들이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듣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파주 출판단지 생태 지기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생명들이 우리 둘레에서 스스로 살아가고 있나엔 관심 없고 보기에 예쁜 것만 좋아하다보니, 파주에서는 해마다 이 식물들을 싹 베어버리고 원예종을 심어서 보기 좋게 가꾸고 있어요. 원예종 식물은 사람 눈에 예쁜 식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것이에요.
원추리를 개량한 원예종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원예종이었고 야생 식물은 찾기가 참 힘들었어요. 내년 봄이 되면 또다시 야생 식물들을 싹 뽑아버리고 원예종들을 심을 거란 생각을 하니 착잡하더라고요. 외국에서 들어온 풀들과 원예종들로 인해 우리땅에서 원래 살고 있던 토종 식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어요.
파주출판단지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외래종)
식물 이름 앞에 붙는 '개'는 흔히 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대요.
어떤 곳은 온통 칡넝쿨이 퍼져 나가고 있었는데 이런 넝쿨 식물들은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생태를 단종화시켜버린다고 해요. 지금 미국엔 이 칡이 퍼져 나가고 있어 문제래요. 우리나라에 외래종 식물이 들어와 토종 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어 문제인것처럼 우리나라 식물이 외국으로 건너가도 마찬가지인거죠. 이 칡이 미국 숲을 온통 덮고 있어서 미국 학자들이 도대체 칡이 어떤 식물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로 찾아오고 있기도 하대요.
사람도 식물도 원래 살고 있던 터전이 아닌 다른 환경의 터전으로 옮겨가 살아남는다는 건 무척 힘겨운 일일거에요.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은 종들의 생명력과 번식력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해요.
더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샛강에 늘어나고 있는 버드나무
출판단지 샛강에서도 이젠 더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 있어요. 여기저기에서 개발을 하다보니 물길이 막혀버린거죠. 그런 곳엔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버드나무가 보이는 것은 습지가 육지화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래요. 아마 이 곳에서 버드나무를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파주 출판단지 습지엔
곤충들도 많이 살고 있는데,
특히 여러 종류의 잠자리를 볼 수 있어요.
나비잠자리, 왕잠자리, 고추잠자리, 꼬마잠자리
등.
나비 잠자리
2010.6.25 파주출판단지 | 촬영 조영권
나비 잠자리 날개는 너무 신비로와서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생물 같았어요.
2010.6.25 파주출판단지 | 촬영 조영권
처음 본 잠자리인데 대모잠자리 같아요. 꼬리가 짧고 통통해요. 날개마다 점이 여러개 보여요.
대모잠자리는 갈대, 부들, 줄과 같은 수생식물이 많은 습지에서 사는데 습지가 많이 개발되면서 점점 보기 어려워진 잠자리에요.
왕고들빼기 잎을 뜯고 있어요
칡넝쿨 틈에 숨어 있는 왕고들빼기를 찾았을 땐 생태 관찰 끝나고 쌈싸먹자면서 잎을 뜯었어요.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출퇴근할 땐 전혀 몰랐던 새로움이 마구 눈에 들어왔어요.
옷에 척 달라붙은 환삼 덩굴로 옷을 꾸미기도 하고 왕고들빼기로 모자도 장식하는 보리 식구들.
신나무에 달린 날개 모양 안엔 씨앗이 담겨 있어서 바람에 팽글팽글 돌며 날아가 씨앗을 멀리 보내요.
잣나무는 가시잎이 5개, 토종소나무는 2개, 리기다소나무는 3개에요.
전에는 그냥 풀밭, 공터, 잡초밭이었던 곳에서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을 만났습니다. 가시상치를 꺽으면 나오는 쓰디 쓰지만 입맛을 돌게 하는 하얀 즙도 맛보고, 씨앗을 담고 있는 씨방때문에 붙은 이름 개부랄꽃과 선개부랄꽃도 보고, 오랜 시간 촬영해서 빨리 돌려야만 볼 수 있는 꽃피는 장면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달맞이꽃도 보고, 고들빼기와 씀바귀도 뜯어 먹어 보고,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밖에 없는 벼룩이자리, 꽃마리, 꽃받이, 애기땅빈대, 쇠별꽃도 보고, 줄기가 끈적끈적해서 진드기가 꽃이 있는 곳에 오지 못하게 하는 끈끈이대나물의 생존전략도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계속 우리 둘레를 관찰하다보면 생태 환경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알게 되고, 그 변화가 어떤 까닭에 생겨났는지를 알 수 있겠죠. 그래서 마구잡이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때 우리 둘레 생명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릴 수 있게 되구요. 우리는 이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명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일이 즐겁고 재미납니다.
늘 땡볕과 추위와 더위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생명들과 달리 우리들은 몇 시간 걸었을 뿐인데 땡볕에 녹초가 되어버렸어요. 보리로 돌아와 밥을 먹으며 다시 기운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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