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서
던져야 했다
몸뚱이
호미 쥔 손끝이 아닌
손끝에 머무는 마음 언저리가 아닌
무릎 꿇고
두 손 받들어 입 맞추듯이
땅에 바쳐야 했다 몸뚱이
동이 땀을 쏟아야 했다
정수리에서 흐른 땀은
가슴을 타고
배꼽을 타고
자지 끝에 이르러 길을 찾다가
뜨겁게 신음하는 땅의 불두덩 위에
비처럼 쏟아지고
물에 잠긴 낙엽같이
땀에 전 살은 썩어
육즙의 냄새마저 말갛게 사라져서는
그 실금 같은
삼베올만 남아야 했다
이윽고
하얗게 바랜 뼈가
툭! 하고 일어설 때
환생하듯 피어나는 저
보랏빛 새끼 꽃들
꽃들……
박형진 시집 <콩밭에서> 가운데 '콩밭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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