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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보리 어린이 책은《욕시험》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리에 입사하기 전, 길에서 벌어진 판소리 공연 때문에 보게 되었습니다.

광대가 구경꾼들에게 1분간 하고 싶은 욕을 소리 내어서 하라고 했는데, 전 한마디도 못했거든요. 가슴 속에 쌓인 것들은 많은데 막상 욕을 하라니 한마디도 못하는 제가 참 바보 같았습니다. 욕도 해야할 땐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제대로 욕하는 법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욕시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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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참 이상하죠?
내용도 그래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고 아는 욕을 다 적으라고 하죠.

"뭐 하고 있노? 욕 시험이다, 시험! 너거들 빵점 묵을래?"
처음에는 하나도 못 쓸 것처럼 미적미적하던 동무들도
시험이란 말에 하나 둘 엎드리더니 쓰기 시작해.
'참 내, 무슨 이런 시험이 다 있노? 아이들은 진짜로 그 욕을 다 써 낼란강?
진짜로 내가 아는 욕을 다 써도 될란강?
그런데 와 이래 아무 욕도 생각이 안 나노?'

욕을 쓰라고 해도 쓰지 못하는 야야가 꼭 저같지 뭐에요. 친구들이 놀려도 교사인 아버지 딸로 지내는 것이 힘들어도 그저 착한 모범생이어야만 하는 야야입니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초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아이들의 97%가 평소에 욕을 자주 하고, 그 아이들 중에서 72%는 원래의 말뜻도 모르고 그냥 욕을 한다고 합니다. 요새 아이들 말에서 욕을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욕을 우리 사회는 들어 주고 있을까요?

착한 아이로 자라야만 하는 압박,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전에 배워야만 하는 영어, 수학, 과학.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지 않나요?

어린이의 말입니다.

문제 아이
부산 감전 초등학교 6학년 김형창

눈을 꼴쳐도 문제 아이가 되고
욕만 해도 문제 아이가 되고
뺨만 때려도 문제 아이가 되고
장난쳐도 문제 아이가 되고
문제 아이가 되는 건 쉬워도
보통 아이가 되는 건 어렵다
<엄마의 런닝구>,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이 시는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인 <딱지따먹기>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광대가 욕을 한바탕 쏟아내보자고 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한마디도 못하던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속이 후련했는지 모릅니다. 야야처럼 펑펑 울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욕시험》이 '제30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 부문에 선정되었거든요. 좋은 책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좋은 책으로 소개되어 많은 아이들이 읽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알게 되고, 많은 어른들이 읽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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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보리 2009-12-1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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