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나라경제》에 실린 보리 '6시간 노동제' 관련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출처: 나라경제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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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일 • 가정 양립,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인터뷰(근무시간 단축)
6시간노동제는 불황을 견디는 방법
보리출판사
보리출판사는 지난 2012년 일 근로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다. 처음엔 실무자들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6시 간노동제는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낯선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민주적인 진행과정이 있었다. 당시 6시간노동제 운영위원이었던 김성 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동 강도 높은 출판업계에서 6시간노동제를 도입한 배경을 알고 싶다.
결론적으로 경영자의 리더십이었다. 실무자들은 회의적이었지만 당위성이 있어서 논란 속에서도 일단 진행이 됐다. 보리에서 내는 책들은 삶의 가치를 고민하는데 정작 책을 기획하는 직원들 삶의 질이 낮았다. 안팎 동일하게 살자는데, 근본적인 반대는 못했다.
실무자들이 반대했다니 왜?
실무자들에겐 노동시간 단축이 벼락이었다. 어쨌든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퇴근시간만 앞당긴다고 해서 일도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노동시간을 줄이는데 임금이 그대로라니 속이지 말라.'는 반응이 많았다. 서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설문조사, 토론, 보고서 등 모두의 의견 을 촘촘하게 반영했다. 보완제도로 시간적립제를 제시해 현실성을 잡고 끊임없는 대화로 임금수준 유지에 대한 믿음을 얻어냈다.
정착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를 꼽는다면?
제도적으로는 시간적립제다. 금전으로 환산되는 근무는 6시간에 한하고 나머지 근무는 야근수당 없이 일한 만큼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만약 야근수당을 그대로 뒀다면 차라리 더 일하고 그만큼 돈을 받았을 것 같다. 경영자의 의지도 크다. 출판업계는 장기불황이다. 대표는 지금은 모두 어려울 때니 견뎌 낼 도리밖에 없다고 말한다. 6시간노동제는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불황을 견뎌보자는 대안이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행복해야 적극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고민한다.
임금삭감 없이 일하는 시간만 줄이면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생산비용은 상승할 것 같은데.
생산성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이 결정한다. 유럽에서 제일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독일의 평균 노동시간이 연 1,300시간대다 (한국은 연 2,100시간대). 우리 회사도 6시간 노동제 이전이나 이후나 발행하는 책의 종 수는 1년에 20여권으로 비슷하다. 적은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고 끝내면 바로 퇴근할 수 있어서 일에 즐겁게 몰입하게 된다. 성과는 같은데 노동시간만 줄었으면 생산성이 올라간 것이다.
직원들의 행복도는 확실히 높아졌나?
물론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나는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일밖에 모르다가 갑자기 시간이 생기니까 일상이 허공에 붕 뜨는 거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외국어도 배우고 금세 취미도 만들더라. 절대 다른회사 못 간다고들 한다. 3년쯤 지나니까 나도 아이들 손잡고 놀러 다니게 됐다. 이제 다시 8시간 일하라면 못하겠다.
6시간노동제,앞으로 더 보완할 점은 없나?
있다. 더 치밀한 시간 계량이다. 이를테면 출장 시 이동시간 같은 건 몇 시간인지 계산 하기 애매하다. 계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6시간 안에 포함할 건지 말 건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표가 6시간노동제를 밀어붙일 땐 노동 시간 단축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뜻도 있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있어야 책을 사니까 넓게 보면 불황을 극복하는 거시적 방법이다. 이렇게 작은 출판사도 성공 했다. 네이버나 삼성처럼 큰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노동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길이 괜찮다는 뜻이다. 속는 셈 치고 실험해보시라.
■김정인 나라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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