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2009년 11월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12-3
063)584-0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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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농부가 콩 세알을 심는 까닭이 새가 한 알, 벌레가 한 알, 농부가 한 알 갖기 위해서라고 했던가요? 허나 멧돼지 앞에 고구마는 이런 법칙이 통하지 않나 봅니다. 올해 산비탈에 200평 남짓 심어서 애써 가꾼 고구마를 멧돼지 가족이 몰려와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버렸으니 말입니다. 봄부터 고구마 모종 기르느라 애쓴거 하며, 고구마 밭 풀 매주며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습니다.
  면사무소에 멧돼지 피해 신고를 했더니 면직원이 멧돼지 잡는 포수를 소개시켜 주더군요. 포수가 와서 하는 말이 멧돼지가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에도 자주 나타나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동체에 매일 같이 오시는 형님도 집 앞에 심어 놓은 고구마를 하나도 안 남기고 모두 파먹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도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고구마를 먹어 치우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한 알도 안 남기고 다 먹어치우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멧돼지 숫자가 엄청 늘었는지 여기저기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논둑까지 다 파헤쳐 놓았으니까요. 산 가까운 밭에 고구마 심기는 이제 힘들어졌습니다. 콩도 마찬가지입니다. 콩이 한창 익을 때가 되면 고라니가 내려와 잎사귀를 전부 따먹어 버려서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멧돼지와 고라니에게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도 인간이 그동안 저지른 죄의 댓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산에는 멧돼지와 고라니의 천적이 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놈들은 해가 거듭될 수록 식구들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또한 산 이곳저곳이 마구 파헤쳐져 멧돼지가 산에서 먹이를 구하기 힘드니까 사람이 사는 곳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온다고 합니다. 자연의 먹이사슬 구조가 깨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셈이지요. 애시당초 잘못은 사람들에게 있으니 멧돼지, 고라니만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가끔씩 끔찍한 상상을 해봅니다. 사람들이 자기들만 편하게 살겠다고 산이고, 강이고 마구마구 파헤치니까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던 동물, 식물들이 우리도 더 이상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는 못살겠다며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겁니다. 농작물을 마구 파헤치고 사람 사는 마을을 떼지어 공격하고, 동물들의 습격에 사람들은 손 쓸 새도 없이 당하기만 하는 상상.
  날이 갈 수록 심각해져가는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보면 언제까지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누리는 편리함 속에서 우리들 스스로는 알게 모르게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오늘 내 몸이 힘들더라도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2009. 11.1 김희정

모 둠 일 기
첫 날  9월 1일, 새날

공동체에 왔다.
절필질퍽한 땅이 새로웠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언젠간
새파란 잔디가 되어나겠지.

당근이지  9월 3일, 회장
오늘은 당근을 심었다. 저기 아래 입구 밭에다가 당근을 심고 멀칭을 했다. 당근이라... 2학기 들어 우리 학생들의 최초 작물이다. 이 당근을 심는다는 것은 드디어 우리 학생들의 노력과 공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찬 출발이랄까? 당근을 팔아 번 공금은 우리가 쓰는 것이다. 당근 심기를 통해 학생들이 농사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길 바란다. 책임감을 가지는 것, 농사를 깨닫는 것, 돈은 당근이고, 그렇다. 우리는 당금을 심었다. 얼른 먹고 싶다.

벽돌  9월 어느 날, 진기
오늘 오후에 학생들끼리 벽돌을 찍었다. 원래 나와 명기 형은 오늘 집에 가야하는데 내일 아침에 가라고 해서 오후에는 벽돌을 찍었다. 벽돌 찍는 사람들이 "너 왜 안 갔어?"라고 물어봐서 나는 내일 아침에 간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명기 형과 나도 벽돌 찍기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벽돌을 찍을 때 처음에는 혜미가 기계를 넣는 일, 새날이 형은 기계를 했다. 솔이 형과 온이 형은 벽돌을 날랐다. 70장을 찍고 음악 수업 시간이 되어서 끝냈다. 그런데 수업을 안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식사당번  10월 28일, 웅
오늘 새벽에 아루 누나가 깨워서 식사 당번을 하러 갔다. 가서 많은 일을 했다. 그리구! 다음에 안 바쁠 때는 징만 치게 해준다고 약속했다. 와~ 기분 겁나 좋았다.

홍시   10월 28일, 애요
갑자기 오늘 태성이 형이 와서 기숙사에서 잔다고 햇다. 서울 가기 전 1주일 정도 있는댔다. 처음에 와서 먹고 싶다길래 온이랑 나랑 이장님 댁에 가서 홍시를 찾아 헤맸다. 홍시를 먹었다. 역시 홍시는 대봉감이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감이 빨리 빨리 익는 철이다. 기분이 겁나게 좋다. 뭐 겨울엔 감을 왕창 먹겠지만 가끔씩 지금 이맘 때 먹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無전여행   09.9.21~28
  가을 볕이 한창 따갑던 지난 9월, 공동체 학교 중,고등부가 8일 동안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팀으로 나누어서 돈 한 푼 없이 알아서(걷거나 차를 얻어타거나 자전거로 다니면서, 먹을 것과 잘자리를 구걸해가며) 완도 항에 도착, 배를 타고 제주도로 건너가 다같이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다시 얻어서 먹고, 자고...
  남들 다 잘 먹고 잘 자가며 관광한다는 제주도에서 좀처럼 겪기 힘든 고생을 했습니다. 가출판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아침부터 재수 없다는 식당 아주머니의 타박에 풀이 죽기도 하고, 빈 건물 시멘트 바닥에 박스 깔고 신문지 덮고 자면서 밤새 모기와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무 대가 없이 먹을 것과 잘 곳을 마련해 주시며 "나한테 고마워하지 말고 너희들도 다음에 먹을 것 없고 잘 곳 없는 사람들 도우면 되지." 하시는 마음씨 따뜻한 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기억에 오래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무전여행 시작이다. 첫팀은 온이, 명기 형, 나 이렇게 셋이서 다녔다. 완도까지 갈 때는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면서 다녔지만 다른팀과 만나서 제주도를 가자마자 시련은 닥쳐왔다. 자전거로 제주도를 도는데 휴... 장난 아니다. 하지만 완주증을 받았을 때는 정말 좋았다. 여행을 하며 겪은 경험들 모두가 새로웠고 정말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아주 복잡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자전거 팀으로 갔다. 우린 돈이 없다는 것도 그렇고 일단 영재 형이 불안했다. 그래도 영재 형이 제일 큰데 우리팀 밥은 잘 먹여 줄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자전거 타면서 일단은 뭘 계속 먹고 싶었는데 막상 구걸해 보면 밥을 주시면서 많이 먹고 떠나라고 말씀하셨다. 정말이지 밥을 먹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영암에 갔을 때 길 갈 때마다 무화과 파는 아줌마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가게를 잡아 먹고 싶은 눈빛으로 볼 때 갑자기 선뜻 무화과를 주신 영암 아줌마가 정말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 1초에 1개씩은 족히 먹고 엄청난 기우이 났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제주도에서는 준희 아저씨를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다. 준희 아저씨는 우리를 위해 회를 사주셨다. 서귀포시에서는 오성근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 분은 갈비를 사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돈이 없어도 잘 먹고 잘 자고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건 모두 먹을 것 뿐인 듯 싶다.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으니까 항상 배고픈 심정이었으니까 말이다...
  내년에 무전여행을 갈 때는 또 자전거 팀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내년 무전여행을 해도 변산공동체라면 걱정 없이 잘 먹을 수 있겠구나 생이 든다.

  여행 때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었다. 너무 배고프고 힘들었고 밥 구걸하는 짓두 챙피햇다. 제주도에서 사이코 아저씨를 만나서 재수 없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 하던 뽑기는 재미있었다. 영재 형이랑 새날이 형이랑 자전거 시합하던 것도 재미있고 통쾌했다. 자전거 여행할 때 김치에 밥만 먹은 것도 서러웠고 한편으론 맛있었다. 비오는 거리에서 찜질방 찾아다니는 것도 괴롭고 힘들었다. 

  작년에도 무전여행을 갔지만 작년보다 재밌고 무언가 낚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작년에도 했지만 어색한 밥 얻어먹기 하고나서 그 다음부턴 메뉴를 고르는 당당한(?) 무전여행이었다. 완도까지 가는 동안은 되게 편하게 갔고, 배불렀다. 그리고 제주도에 갔다. 볼 것은 많았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불가능한 것을 해내느라 구경이란 좀처럼 하지 못했다. 나름 재밌었다. 돌아보면 힘든 때보다 재미있던 게 더 많다.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른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제주도에서 참 많은 일도 있었다. 구걸하면서 먹을 걸 먹고 잠잘 때도 겨우겨우 얻어서 잠자리를 구했다. 참 거지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술주정 아저씨를 만났는데 우리보고 양아치라고 부르셨다. 그 아저씨가 오리고기를 사주셧는데 갑자기 의심을 하면서 우리들보고 '너희들 뭐하는 애들이냐'고 물어 보셨다. 그래서 우린 대안학교에서 수학여행 비슷한 걸로 무전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계속 의심을 하면서 꼬치꼬치 물어 보신다. 그 땐 정말 열 받았다. 하지만 인내심으로 참았다. 

  우리는 9월 21날에 출발을 하였다. 21날에 우리는 순조롭게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에서 점심을 먹고 진도로 향하는데 좋은 아저씨를 만나 붕어빵도 먹고 평화광장도 갔었다. 진도로 가려고 옥암쪽에 위치한 영산강 하구둑으로 갔다. 히치를 하는데 겁나 힘들었다.ㅠ_ㅠ 하지만 기아자동차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가 차도 태워주시고 밥도 제유볶음을 사주셨다. 그리고 제주도에서의 나는 인기 절정(?)이었다. ㅋㅋㅋ 어떤 아저씨가 이쁘다고 물도 사주시고, 어떤 느끼하게 생긴 아저씨는 시간있냐고 물어 보기도 했다. 제주도 있었던 날들은 그냥 다 힘들었따. ㅠ_ㅠ 공동체가 천국이다. ㅎㅎ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고 자도 자도 피곤했지만 사람들 인심이 좋아서 잘 먹고 잘 잤다. 집에 가고 싶었다. 

  경찰차를 처음 타봤는데 형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 뒷좌석엔 손잡이가 없었다. 여행할 때 경찰차도 타보고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역시 내년에도 여행은 갈 것이다. 아! 자전거는 안탈거다. 

無일푼의 길
                                  이명기

길은 멀고 험난했다

수 없던 비굴함과 고마움의 교차
그로인해 터질듯 미쳐버린 내마음
나는 어지러웠다

수없이 비를 맞으며 달린다.
無일푼으로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

그래도 난 無로 갈려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복잡함으로
미쳐버린 나를 자제하지 못한
내 17년 인생은 무엇인가

인생이 無에서 無로 돌아간다지만

난 모르겠다
무엇이 無로 가는 여정인가


변산공동체학교

가을걷이 축제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공동체학교 강당



보리

보리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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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보리 200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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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출판사가 함께 하는 한살림 어린이 백일장에 많이 참여해 주세요.

      형식 
         - 창작부문(시, 산문): 원고지 5매 이상

         - 독후감(보리출판사 선정 책 중에서 한 권) : 원고지 5매 이상
         - 그림엽서: 글감을 가지고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그려서 보내 주세요. (A4용지 크기까지 가능)

      글감 
         밥, 생명, 이웃, 하늘, 땅(흙), 햇빛, 환경, 지구온난화, 지렁이, 똥, 자전거, 느림, 항아리, 좁쌀,

         콩 세알, 가마솥, 재활용, 순환, 동네, 연필, 시험, 나눔, 고속도로, 가족, 한살림, 농사, 참살이,
         북극곰, 펭귄, 방귀, 텃밭, 온도계, 손전화(중에서 선택)

      대상  : 6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친구들 누구나

      접수기간  : 2009년 11월 13일(금) ~ 12월 12일(토) 
                           우편접수 시 12월 12일 소인까지 받습니다.


      접수방법 
           - 온라인 응모: [email protected]

           - 우편 응모 : 서울시 중구 장충동 1가 31-6번지 3층 한살림서울
                              (봉투에 ‘제2회 한살림어린이백일장’이라고 꼭 적어 주세요.)

      신청양식, 독후감 지정 도서 목록 내려받기
 
      발표 : 2009년 12월 16일(수)
           한살림서울 누리집(seoul.hansalim.or.kr
)

           보리출판사 블로그(boribook.tistory.com)
           인터넷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

      시상식 : 2009년 12월 19일 예정(추후 개별 통보)

      시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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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항
        - 모든 출품원고는 한살림에 귀속되며 일체 반환하지 않습니다.
        - 원고지, A4 용지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온라인 접수시 신명조 10으로 작성)
        - 신청양식 항목을 빠짐없이 적어주세요.
          연락처가 없는 경우에는 심사에서 제외됩니다.(한살림조합원일 경우 따로 표기 요망)
        - 출품작 중 예전에 발표된 작품이거나 모방 또는 표절된 사실이 밝혀질 때에는 수상이 취소됩니다.
        - 그림엽서에 공모된 작품은 추후 엽서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문의 : 한살림서울 홍보위원회 (02)3498-3728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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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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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정 도서 총 48종
보리

보리 200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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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오늘은 '농민의 날'입니다. 하지만 '농민의 날'보다는 '빼빼로 데이'가 더 친숙하죠.
가게마다 대형 마트마다 거리거리마다 예쁘게 포장된 길쭉 길쭉 과자들이 즐비합니다. 무슨 무슨 데이들도 새로 생겨난 명절이라면 명절이겠지만 가슴 한켠이 씁쓸하고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흔히 OO데이는 상업주의의 산물이라도 하고 도시화의 산물이라도 합니다. 우리도 이만큼 잘살게 되었으니 점점 더 많은 '데이'들이 생겨나는 것일까요?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된장국에 잡곡밥보다는 서양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기게 되었고 쌀 귀한 줄 아는 아이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굳이 《농기구》도감이라는 시대에 동떨어진 듯한 책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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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먹고살던 시대가 지난 지 오래인 데다 외국에서조차 온갖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판에, 옛날 농기구며 농사짓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새삼스러울 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놀리는 꼭 그만큼만 얻는 고된 일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했던 농부들의 삶 속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소박한 마음과 새벽이슬 맞으며 소를 끌고 나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부지런함, 그리고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로 온갖 연장을 만들어 썼던 빛나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농기구는 손수 만들어서 매일같이 곁에 두고 썼던 만큼 농부들의 모든 것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해내고야 말았던 끈기와 두레 정신도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 겨레가 옛날부터 만들어 써 온 농기구 아흔세 가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농기구와 농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아 이 책을 꾸몄습니다.

라고 편집부에서 써주었네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젠 더이상 쓰지도 않고 영화 "워낭소리"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농기구들을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농기구 도감의 저자이신 이순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저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농기구≫ 도감 머리말

  우리 겨레는 옛날부터 농사일을 아주 소중히 여겼어.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생겼지. 이 말은 농사야말로 하늘 아래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는 뜻이야.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이라도 농기구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우리 겨레도 수천 년간 농사를 지어 오면서 슬기를 모아 농기구를 발명하고 쓰기 좋게 고쳐서 오늘날까지 써 왔어.
  우리나라는 땅덩이는 작아도 기르는 농작물은 아주 많아. 또, 돌 많고 메마른 산간 지역도 있고 비옥하고 넓은 평야 지역도 있어 농사짓는 방법도 제각각이야. 그래서 농기구의 쓰임새나 가짓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많지. 호미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어. 농부들은 가까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써서 농기구를 만들었는데, 오래 쓸 수 있고 쓸모가 많게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해서 만들었어. 가지가 벌어진 나무를 다듬어 지게를 만들고, 짚을 엮어 멍석, 명등구미, 삼태기 들을 만들었지. 쇠로 된 것 말고는 뭐든 손수 만들어 썼던 만능 재주꾼들이었던 셈이야.
  그 가운데서도 지게나 가래 같은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농기구야. 지게를 가만히 살펴보면 아주 과학적이야. 산과 강이 많아 수레를 쓰기가 어려우니까 오솔길이나 가파른 산길에서도 짐을 나를 수 있는 지게를 생각해 냈어.
  전래 농기구에는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겨레의 슬기와 순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농기구들 이름이 죄다 순우리말로 되어 있는 것엣도 알 수 있지. 그러고 보면 볼품 없고 쓸모가 없다고 버려지거나 박물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는 우리 농기구야말로 가장 소중한 우리 겨레의 보물이 아닐까?
이순수 《농기구》저자


저희 보리 식구들은 지난 주에 변산으로 울력을 다녀왔습니다. 늦가을이라 가을걷이도 거의 다 마쳤고 남은 일은 콩 타작과 생강 캐기, 그리고 감따기였습니다. 변산공동체는 기계와 화석 연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저희 또한 모두 손을 놀리며 일했죠. 생강은 뽑아서 잘게 썰어 효소실로 옮기고, 감은 나무를 타고 올라 따고, 콩은 대나무 막대기로 마구 쳐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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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콩타작을 했는데 처음엔 도리깨질을 하는 줄 알고 재미있겠다 생각했지만 쪼그리고 않아 대나무 막대기로 일일이 쳐대니 재미는 커녕 손에 물집만 잡히고 도리깨를 놔두고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듣자하니 콩타작기도 있다 하던데 말이죠.

나중에 여쭈어 보니 도리깨질보다 대나무 막대기로 조금씩 때리는 것이 멀리 튀어 나가는 콩이 적어 보다 많은 콩을 거두어 들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것이 농부의 마음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보니 저에겐 한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제가 시골로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게 되면 짬짬이 새로운 농기구를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쓰기 좋은 농기구를 만들어 보고 싶거든요. ^^


《농기구》 도감 소개


▶《농기구》도감은 <겨레 전통 도감> 네번째 책입니다.


첫 번째 겨레 전통 도감 《살림살이》 -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우리 살림살이 이야기
두 번째 겨레 전통 도감 《전래 놀이》- 풍속화에 담긴 52가지 우리 놀이
세 번째 겨레 전통 도감 《국악기》- 세밀화와 연주 그림으로 담은 우리 악기
네 번째 겨레 전통 도감 《농기구》- 세밀화와 사계절 농촌 풍경에 담은 농기구 이야기

《농기구》에 이어 겨레 전통 도감 《탈춤》을 만들고 있습니다.
“얼씨구!” “잘한다!” 덩실덩실 흥겨운 탈춤을 정겨운 풍속화에 담았습니다.
산대놀이, 들놀음, 오광대놀이 같은 탈춤을 과장마다 그림으로 그려 탈춤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소개합니다.


▶ 아흔 세가지 농기구 세밀화, 열두 달 농사 이야이와 풍경

똥바가지, 도리깨, 장군, 곰방메, 벼훑이처럼 재미난 이름의 아흔 세가지 농기구 세밀화와 농기구를 사용하며 일하는 농촌 풍경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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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거두고 알곡을 떠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힘도 들지만 온 식구가 달려들어 거뜬히 해냈어.《농기구》152쪽


▶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최초의 농기구 백과사전


어린이나 어른이 쉽게 볼 수 있는 농기구 책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보리 ≪농기구≫ 도감으로 어른도 어린이도 쉽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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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지게는 짐을 담아 어깨에 메고 나르는 도구야. 삼한 시대가 되기 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대. 요즘도 시골에 가면 집집마다 지게가 한두 개씩은 있는 걸 볼 수 있어.
  지게 몸통은 흔하고 가벼운 소나무로 만들어. 줄기는 곧으면서 너무 굵지 않아야 하고, 뻗어 나간 지겟가지는 단단하면서도 매끈한 게 좋아. 너무 위로 옥으면 짐을 많이 질 수 없고, 너무 처지면 짐을 졌을 때 지게가 뒤로 젖혀지기 대문에 적당히 너덧 개 박아서 이어 줘. 몸통만 제대로 만들고 나면 짚으로 등태와 멜빵을 엮어 채우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지겟작대기는 지게를 쓸 때 힘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단단한 참나무나 박달나무를 쓰는 것이 좋다.
  들에 메고 다니는 지게는 산골 지게보다 키가 큰 편이야. 지겟다리가 길어야 짐을 지고 일어서기 수월하거든. 산골에서는 지겟다리가 길면 바위나 나뭇등걸에 걸리기 쉬워서 일부러 짧게 만들었어.
  쓰임에 따라 달리 만든 지게도 있어. 쟁기지게는 논밭에 쟁기나 극젱이를 지고 다니려고 만든 것인데, 등태가 없고 지겟가지가 유난히 위에 붙어 있어. 거름을 옮길 때 쓰는 거름지게는 서서 지는 지게라서 지겟다리가 아예 없어. 대신 긴 막대기를 가로로 얹어 양쪽에 거름통을 걸 수 있게 만들었지.
  발채와 지겟작대기는 지게와 단작이야. 발채는 지게에 많은 짐을 실으려고 지겟가지 위에 얹는 큰 바구니야. 지겟작대기는 위쪽이 갈라진 기다란 막대기인데, 지게를 괴어 놓을 때 받치는 것은 물론 비탈을 내려갈 때는 지팡이 노릇을 해.

▶ 이십사절기

달력에 적혀 있지만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이십사절기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보리 겨레 전통 도감
보리

보리 2009-11-1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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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있었던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되새기는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임에 백창우 선생님도 오셨는데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시로 만든 노래를 가르쳐 주셨어요.

백창우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소>에서 '구정물 찌꺼기를 먹고 살아도 소는 하늘에 눈을 둔다'라는 구절이 너무 좋아서 두 선생님 글로 곡을 만들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이오덕 선생님의 글로 만든 곡들을 담은 노래집을 준비중이신데 보리에서 함께 준비중입니다. 노래집이 나오려면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 노래집이 나왔을 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곡을 부르고 있으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제 바람도 그렇기에 선생님께 받은 악보를 올립니다.^^

우리말노래.jpg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았던 아이들의 말이 살아있는 시라고 말씀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과 마음이 담긴 이 좋은 노래가 널리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백창우 선생님의 보리 어린이 노래 마을
보리

보리 2009-11-1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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