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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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려 손바닥에 못질하고
발 모두어 발등에 못 치고

내버려 두어도 그런 몸짓으로는
손도 발도 제대로 놀릴 수 없는데

산 몸 그대로가 십자가인데
손이 놀고 발이 놀아야 살 수 있는데

아, 참혹하구나, 너 손발 묶인 채
죽어 가는 교실 안의 십자가, 십자가여.



  저는 제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 안에서 하루 종일 손발 까딱하지 않고 석고상처럼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교사와 칠판만 바라보는 아이들 모습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사람은 손발을 놀려 일해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손발이 묶이면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손도, 발도, 몸도 마음껏, 힘껏 놀아야 할 어린 나이에, 젊은 나이에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처럼 아이들을 살아 있는 강시로 만들고 좀비로 만드는 학살과 처형의 현장을 우리는 교육 현장이라고 버젓이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교사도, 학부모도 망나니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오, 예수님, 우리는 날마다 당신 팔을 벌리고, 당신 두 발을 끌어 모아 한데 겹쳐 당신 손바닥과 발등에 못을 칩니다. 교육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이 아이들이 몸은 이미 굳었지만 그래도 어쩌다 맑은 정신이 드는 일이 있다면 멀지 않은 뒷날 우리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죽어서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보리에서 펴내는 월간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의 부모님 책 <개똥이네 집> 10월호에 실린 '고무신 할배의 넋두리'

보리

보리 2009-10-29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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