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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5일에 통계청이 발간한 '2010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1인당 국민 총소득이 960달러에 그쳐 18,175달러인 남녘보다 17.9배나 적다네요.

  이 기사가 실린 같은 날 신문에 '한 달에 40만 원이 조금 웃도는 기초 생활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60대 노부부가 자살한 사연이 실렸습니다. 이 노부부 1년 '수급비'를 우리 돈으로 환산해 보니 1인당 2,000불이었습니다. 아니, 1인당 소득이 960불밖에 안 되는 북녘 동포들도 사는데 그 두 배가 넘는 소득이 있는 분들이 생활고로 자살을 하다니! 그렇다면 1인당 국민 소득이 200~300불 수준인 정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 수 있지요?

  '평균국민소득'이라는 야바위 놀음에 속아 넘기 쉬운 서민들을 위해서 거두절미하고 기초생활비 가운데 도시 서민들이 탈 수밖에 없는 버스삯만 가지고 '거품경제'를 까발려 볼까요?

  제가 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 초에 시내버스 요금이 5원이었습니다. 서민 식당 백반값이 15원, 20원 하던 시절이었지요. 지금 버스삯이 1,000원으로 오르고 백반값이 4,000원으로 뛰었으니, 이리저리 손꼽아 보면 생필품값이 적어도 100배에서 200배쯤 뛰어오른 셈입니다.

  2010년 남녘의 1인당 국민 소득을 후하게 쳐서 20,000불이라고 높여 잡더라도 서민들 처지에서는 100배에서 200배로 오른 기초 생활비에서 거품을 빼면 100불에서 200불을 밑도는 1960년대 소득으로 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그러니 자살한 노부부 1인당 소득은 10불에서 20불 수준으로 떨어져 버리네요.

  바로 이것이었네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아직 굶어 죽지 않고, 그보다 소득이 열 배, 스무 배나 더 된다고 하는 이 땅의 '기초 생활 수급자'가 생활고로 자살한 까닭이 바로 여기 있네요.

  '평균'에 속아 넘어가지 맙시다. 다른 평균 지수도 미덥지 않지만 특히 경제에서 소득으로 둔갑하는 평균 지수는 우리 사회같이 경제 불평등이 극단에 이른 곳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아니 그래, 연간 소득이 수십 조 원에 이른다는 어느 재벌 총수는 연간 소득이 2,000만 원을 밑도는 서민들보다 능력이 1,000만 배 더 뛰어나답니까?

  머리 잘 굴리는 한 사람이 손발 놀려 일하는 사람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헛소리를 해서 온 나라 사람들을 그럴싸하게 현혹시킨 어떤 얼빠진 늙은이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머리에 떠오르네요.

  "당신이 걸치고 있는 옷, 꿰고 있는 신발, 밥통으로 들어가는 음식, 그거 다 몸 놀리고 손발 놀리는 사람 피땀으로 이루어진 거요. 이제 잔머리 그만 굴려요."

 

- 윤구병, <개똥이네 집> 2011년 2월호

편집 살림꾼 지리소

편집 살림꾼 지리소 2011-06-15

古傳을 만들면서 苦戰을 면치 못하다가, 책 만드는 일에도 사는 일에도 고전하고 있는 困而知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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