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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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오늘은 '농민의 날'입니다. 하지만 '농민의 날'보다는 '빼빼로 데이'가 더 친숙하죠.
가게마다 대형 마트마다 거리거리마다 예쁘게 포장된 길쭉 길쭉 과자들이 즐비합니다. 무슨 무슨 데이들도 새로 생겨난 명절이라면 명절이겠지만 가슴 한켠이 씁쓸하고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흔히 OO데이는 상업주의의 산물이라도 하고 도시화의 산물이라도 합니다. 우리도 이만큼 잘살게 되었으니 점점 더 많은 '데이'들이 생겨나는 것일까요?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된장국에 잡곡밥보다는 서양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기게 되었고 쌀 귀한 줄 아는 아이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굳이 《농기구》도감이라는 시대에 동떨어진 듯한 책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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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먹고살던 시대가 지난 지 오래인 데다 외국에서조차 온갖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판에, 옛날 농기구며 농사짓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새삼스러울 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놀리는 꼭 그만큼만 얻는 고된 일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했던 농부들의 삶 속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소박한 마음과 새벽이슬 맞으며 소를 끌고 나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부지런함, 그리고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로 온갖 연장을 만들어 썼던 빛나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농기구는 손수 만들어서 매일같이 곁에 두고 썼던 만큼 농부들의 모든 것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해내고야 말았던 끈기와 두레 정신도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 겨레가 옛날부터 만들어 써 온 농기구 아흔세 가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농기구와 농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아 이 책을 꾸몄습니다.

라고 편집부에서 써주었네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젠 더이상 쓰지도 않고 영화 "워낭소리"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농기구들을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농기구 도감의 저자이신 이순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저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농기구≫ 도감 머리말

  우리 겨레는 옛날부터 농사일을 아주 소중히 여겼어.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생겼지. 이 말은 농사야말로 하늘 아래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는 뜻이야.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농사꾼이라도 농기구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우리 겨레도 수천 년간 농사를 지어 오면서 슬기를 모아 농기구를 발명하고 쓰기 좋게 고쳐서 오늘날까지 써 왔어.
  우리나라는 땅덩이는 작아도 기르는 농작물은 아주 많아. 또, 돌 많고 메마른 산간 지역도 있고 비옥하고 넓은 평야 지역도 있어 농사짓는 방법도 제각각이야. 그래서 농기구의 쓰임새나 가짓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많지. 호미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어. 농부들은 가까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써서 농기구를 만들었는데, 오래 쓸 수 있고 쓸모가 많게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해서 만들었어. 가지가 벌어진 나무를 다듬어 지게를 만들고, 짚을 엮어 멍석, 명등구미, 삼태기 들을 만들었지. 쇠로 된 것 말고는 뭐든 손수 만들어 썼던 만능 재주꾼들이었던 셈이야.
  그 가운데서도 지게나 가래 같은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농기구야. 지게를 가만히 살펴보면 아주 과학적이야. 산과 강이 많아 수레를 쓰기가 어려우니까 오솔길이나 가파른 산길에서도 짐을 나를 수 있는 지게를 생각해 냈어.
  전래 농기구에는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겨레의 슬기와 순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농기구들 이름이 죄다 순우리말로 되어 있는 것엣도 알 수 있지. 그러고 보면 볼품 없고 쓸모가 없다고 버려지거나 박물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는 우리 농기구야말로 가장 소중한 우리 겨레의 보물이 아닐까?
이순수 《농기구》저자


저희 보리 식구들은 지난 주에 변산으로 울력을 다녀왔습니다. 늦가을이라 가을걷이도 거의 다 마쳤고 남은 일은 콩 타작과 생강 캐기, 그리고 감따기였습니다. 변산공동체는 기계와 화석 연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저희 또한 모두 손을 놀리며 일했죠. 생강은 뽑아서 잘게 썰어 효소실로 옮기고, 감은 나무를 타고 올라 따고, 콩은 대나무 막대기로 마구 쳐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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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콩타작을 했는데 처음엔 도리깨질을 하는 줄 알고 재미있겠다 생각했지만 쪼그리고 않아 대나무 막대기로 일일이 쳐대니 재미는 커녕 손에 물집만 잡히고 도리깨를 놔두고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듣자하니 콩타작기도 있다 하던데 말이죠.

나중에 여쭈어 보니 도리깨질보다 대나무 막대기로 조금씩 때리는 것이 멀리 튀어 나가는 콩이 적어 보다 많은 콩을 거두어 들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것이 농부의 마음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보니 저에겐 한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제가 시골로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게 되면 짬짬이 새로운 농기구를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쓰기 좋은 농기구를 만들어 보고 싶거든요. ^^


《농기구》 도감 소개


▶《농기구》도감은 <겨레 전통 도감> 네번째 책입니다.


첫 번째 겨레 전통 도감 《살림살이》 -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우리 살림살이 이야기
두 번째 겨레 전통 도감 《전래 놀이》- 풍속화에 담긴 52가지 우리 놀이
세 번째 겨레 전통 도감 《국악기》- 세밀화와 연주 그림으로 담은 우리 악기
네 번째 겨레 전통 도감 《농기구》- 세밀화와 사계절 농촌 풍경에 담은 농기구 이야기

《농기구》에 이어 겨레 전통 도감 《탈춤》을 만들고 있습니다.
“얼씨구!” “잘한다!” 덩실덩실 흥겨운 탈춤을 정겨운 풍속화에 담았습니다.
산대놀이, 들놀음, 오광대놀이 같은 탈춤을 과장마다 그림으로 그려 탈춤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소개합니다.


▶ 아흔 세가지 농기구 세밀화, 열두 달 농사 이야이와 풍경

똥바가지, 도리깨, 장군, 곰방메, 벼훑이처럼 재미난 이름의 아흔 세가지 농기구 세밀화와 농기구를 사용하며 일하는 농촌 풍경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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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거두고 알곡을 떠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힘도 들지만 온 식구가 달려들어 거뜬히 해냈어.《농기구》152쪽


▶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최초의 농기구 백과사전


어린이나 어른이 쉽게 볼 수 있는 농기구 책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보리 ≪농기구≫ 도감으로 어른도 어린이도 쉽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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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지게는 짐을 담아 어깨에 메고 나르는 도구야. 삼한 시대가 되기 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대. 요즘도 시골에 가면 집집마다 지게가 한두 개씩은 있는 걸 볼 수 있어.
  지게 몸통은 흔하고 가벼운 소나무로 만들어. 줄기는 곧으면서 너무 굵지 않아야 하고, 뻗어 나간 지겟가지는 단단하면서도 매끈한 게 좋아. 너무 위로 옥으면 짐을 많이 질 수 없고, 너무 처지면 짐을 졌을 때 지게가 뒤로 젖혀지기 대문에 적당히 너덧 개 박아서 이어 줘. 몸통만 제대로 만들고 나면 짚으로 등태와 멜빵을 엮어 채우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지겟작대기는 지게를 쓸 때 힘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단단한 참나무나 박달나무를 쓰는 것이 좋다.
  들에 메고 다니는 지게는 산골 지게보다 키가 큰 편이야. 지겟다리가 길어야 짐을 지고 일어서기 수월하거든. 산골에서는 지겟다리가 길면 바위나 나뭇등걸에 걸리기 쉬워서 일부러 짧게 만들었어.
  쓰임에 따라 달리 만든 지게도 있어. 쟁기지게는 논밭에 쟁기나 극젱이를 지고 다니려고 만든 것인데, 등태가 없고 지겟가지가 유난히 위에 붙어 있어. 거름을 옮길 때 쓰는 거름지게는 서서 지는 지게라서 지겟다리가 아예 없어. 대신 긴 막대기를 가로로 얹어 양쪽에 거름통을 걸 수 있게 만들었지.
  발채와 지겟작대기는 지게와 단작이야. 발채는 지게에 많은 짐을 실으려고 지겟가지 위에 얹는 큰 바구니야. 지겟작대기는 위쪽이 갈라진 기다란 막대기인데, 지게를 괴어 놓을 때 받치는 것은 물론 비탈을 내려갈 때는 지팡이 노릇을 해.

▶ 이십사절기

달력에 적혀 있지만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이십사절기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보리 겨레 전통 도감
보리

보리 2009-11-11

다른 출판사와 경쟁하지 말고 출판의 빈 고리를 메우자. 수익이 나면 다시 책과 교육에 되돌리자. 보리출판사의 출판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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